제주 하늘 점령한 까치, 시작은 00항공 축하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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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브이오알 댓글 0건 조회 265회 작성일 25-08-1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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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마리 방사로 시작해 현재 10만 마리 서식…제주 농업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일간스포츠 "당시 적법한 행사" vs 농민 "피해보상 책임져라" 입장차 지속

1989년 5월, 제주에 내린 53마리의 새로운 주민
제주도에 까치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9년 5월이었다. 아시아나항공과 일간스포츠가 공동으로 추진한 창립·창간 기념 이벤트의 일환이었다. 당시 "길조를 상징하는 까치로 제주의 번영을 기원한다"는 취지로 전국에서 수집한 53마리를 제주 곳곳에 풀어놓았다. 방사 전 해안가에서 적응 훈련까지 실시한 세심한 준비 과정을 거쳤고, 제주도청과 관련 기관의 승인 하에 이뤄진 공식 행사였다. 그 해 가을 첫 번째 새끼 5마리가 태어나면서 제주 까치 개체군의 역사가 시작됐다. 천적인 맹금류가 거의 없는 제주 환경은 까치들에게 최적의 서식지였다. 이후 35년간 이들은 폭발적으로 번식해 현재 제주 전 지역에 10만 마리 이상이 분포하게 됐다. 최남단 마라도까지 서식 영역을 확장한 상태다.

농작물 훼손에 시설 파괴까지, 커지는 피해 규모
문제는 까치들이 제주 농업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절별로 딸기·수박·감귤·단감 등 주요 작물을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으며, 비닐하우스 외벽을 뚫어 시설 자체를 손상시키기도 한다. 제주도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108헥타르 면적에서 까치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확인됐다. 연간 피해 금액은 수십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전력 시설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까치들이 전신주에 둥지를 틀면서 정전 사고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조류 관련 정전 사고 133건 중 69.9%가 까치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역시 이런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농민단체 "보상하라" vs 아시아나항공 "책임 없다"
제주도 농업계는 2013년부터 본격적인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는 "까치 방사를 주도한 아시아나항공과 일간스포츠가 피해 예방 대책과 함께 적극적인 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기업들이 계속 외면한다면 대규모 불매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측은 "당시 항공기 수송 지원만 담당했을 뿐이며, 정부와 지자체의 정식 허가를 받아 진행된 행사"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 대응책에도 농민 불만 지속
제주도 환경 당국은 "방사 당시 전문가들과 관련 기관이 모두 동의했던 사안이어서 지금 시점에서 특정 주체에게 책임을 묻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제주도는 까치를 유해 외래종으로 분류해 연간 포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야생동물 피해보상 조례'를 통해 피해 농가에 최대 80% 범위에서 1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복잡한 심사 절차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액으로 인해 농민들의 불만은 여전한 상황이다.

* 일간스포츠와 아시아나항공
한편 당시 행사를 공동 주관한 일간스포츠는 현재 KG그룹 계열사 이데일리M이 발행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2월 대한항공에 인수돼 2026년 통합 항공사로 출범할 예정이다. 35년 전 기념행사의 주체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까치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 제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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